안녕하세요! 한 달 만에 다시 돌아온 MoST입니다. 님의 지난 한 달은 어땠나요? 저는 슬로우스테디클럽과 미즈노 협업 스니커즈 발매하랴 네이더스 BPFC 상영회 준비하랴 어김없이 정신 없는 한 달을 보냈답니다. 하지만, 바쁜 와중에도 챙겨야 할 것은 챙기는 게 인지상정!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 친인척분들과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 보고 여태 못 다한 이야기와 추억들을 나눴죠.
가족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문득, ‘가족이란 어떤 존재인가’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저에겐 집을 떠나온 지 어언 10년째지만 여전히 그립고 애틋한 존재면서도 막상 3일만 붙어있어도 미워지는 그런 아리송한 ‘애증의 관계’랄까요. 님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마 분명 저와 다른 답변이 나올 겁니다. 각자가 느껴온 가족과 그 형태는 제각각일 테니 말이죠.
그래서! 이번에는 ‘가족’을 주제로 한 다양한 형태의 영화를 한번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항상 나를 지켜줄 그런 존재면서도, 때론 나를 옥죄는 그런 존재. 애증 서린 가족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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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일본 / 121분 /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 주연 후쿠야마 마사하루, 오노 마치코
'가족'의 양가성을 가장 섬세하게 다루는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열댓 개가 넘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하나를 꼽는 것은 '엄마냐, 아빠냐'를 고르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이번만큼은 아버지를 꼽아봅니다. 영화는 남자가 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담습니다. 6년이란 시간을 함께한 하나뿐인 아들이 나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그 누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결말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오래된 격언을 곰곰이 씹어보게 만드는데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는 조금이나마 아버지의 마음에 한 발짝 다가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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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 이즈 어프레이드>
미국 / 179분 / 감독 아리 애스터 / 주연 호아킨 피닉스, 네이선 레인
<유전>, <미드소마>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공포 영화계의 새로운 거장으로 떠오르는 감독, 아리 에스터의 또 다른 대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 상업적으로는 이전작에 비해 실패했지만, 평단에서만큼은 호평이 자자한 작품인데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은 여태 본 작품 중 최고의 장면을 발견했다고 했으며, 봉준호 감독은 지난 몇 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압도적인 영화라는 평을 내렸습니다. (심지어 연달아 두 번이나 다시 봤다고..!)
몸은 다 큰 성인이지만, 아직 유아에 머문 정신을 지닌 보(Beau)의 엄마를 찾기 위한 여정은 장장 3시간에 달합니다. 코미디와 애니메이션, 과거와 미래, 현실과 환상, 죄책감, 순수함, 두려움 그리고 자기혐오가 뒤섞인 영화는 과도한 사랑을 받은 유아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주인공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이 돋보이기도 하는데요. '오이디푸스(일렉트라) 콤플렉스', '남아선호사상' 등 가족을 둘러싼 다양한 현상들을 투영한 메타포를 찾으면서 보는 재미도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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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
한국 / 128분 / 감독 봉준호 / 주연 김혜자, 원빈
어머니보다 '무조건'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존재가 있을까요. 이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 <마더 >. 드라마 위주로 연기를 펼치는 김혜자가 이렇게나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사실을 알려준 영화기도 합니다. 발달장애를 지닌 아들 도준이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자, 아들의 무고함을 풀기 위해 물, 불 가리지 않고 온 동네를 쏘다니는 엄마 역할을 연기했는데요. 충격적인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와 눈빛에 온몸에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습니다. 한국 역사상 최고의 오프닝, 엔딩 시퀀스로 꼽히는 만큼 아직 안 보신 분이 있다면 그 안 본 눈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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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양>
미국 / 96분 / 감독 코고나다 / 주연 콜린 패럴, 저스틴 H. 민
일어나자마자 SIRI에게 오늘의 날씨를 물어보고, CHAT GPT가 알려주는 요리 레시피로 식사하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상. <애프터 양>은 가족의 역할을 대신하는 AI가 진정 가족이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는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그리고 입양된 동양인 딸과 그녀에게 본래의 문화를 알려주는 동양인 모습의 AI, 양(Yang)으로 이루어진 가족을 조명합니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양이 고장남으로써 시작되는데요. 그 사건을 가족의 죽음으로 받아들일지, 혹은 일개 가전의 고장으로 받아들일지 고뇌하는 모습은 곧 우리에게 닥쳐올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듯합니다. 명장면으로는 양이 딸 미카에게 두 나무를 접붙이는 ‘접목’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씬이 꼽히는데요.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그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전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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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
미국 / 165분 /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 주연 에단 호크, 엘라 콜트레인
인생 영화. 말 그대로 누군가의 '인생'을 담은 영화입니다. <비포> 시리즈로 이름을 널리 알린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또 다른 명작으로 촬영 기간만 장장 '12년'이 걸렸죠. 영화는 6살의 주인공 메이슨이 성인이 되기까지의 성장기를 담백하게 담아냅니다.
혹자는 기승전결이 없는 옴니버스 구조에 영화로서 흥미가 떨어진다고 평가하지만, 인생에 기승전결이 어디 있겠어요. 태어나자마자 이혼한 어머니 아래 자라면서 두 명 양아버지를 마주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집을 떠나면서 기나긴 영화는 끝이 나는데요. 메이슨의 마지막 대사, '순간이 지금 우리를 붙잡는다'(The moment seizes us)는 살아오면서 경험한 하나하나의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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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다양한 면모를 조명한 다섯 가지 영화 추천 어떠셨을까요? 이처럼 가족은 단순히 하나의 속성만을 띄지 않는데요. 그만큼 우리가 살아가는데 가족은 그 누구보다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겁니다. 그 관계의 끈이 굵은지 짧은지와는 상관없이 말이죠.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금 새겨보는 기회를 가져보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가족에 대한 저의 짧은 코멘트와 함께 인사드리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다음 달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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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노트
세상에서 가장 많은 정의가 내려진 단어는 분명 ‘사랑’일 테다. 각자에겐 각자의 삶과 사랑이 있으니. 개중에도 가족애(家族愛)는 더욱 유난하다.
많은 이가 그 의미에 돌을 던진다. 어떤 돌은 사회가 정의한 가족의 틀을 깨부수고, 어떤 돌은 가족이란 깊은 예속의 우물에 빠져들어 간다. 누구의 사랑은 방패가 되며, 누구의 사랑은 도리어 창이 되는데.
사랑하기에 가족인가, 가족이기에 사랑하는 것인가. 그 질문에 명확한 답은 없다. 이것도 가족이고 저것도 가족이며, 그것도 사랑이고 그것마저 사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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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의 생각이 궁금해요!
이번 뉴스레터를 읽고 좋았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을 알려주세요! 님이 생각하는 최고의 가족 영화 소개도 잊지 마시구요. MoST에서 다뤘으면 하는 주제를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MoST를 발행하는 건 저희지만, 만들어가는 건 '우리'입니다. 구독자분들의 의견을 통해 더 넓고 깊은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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