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님! 벌써 3월도 중순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껴입었던 옷을 한 겹씩 벗으며 완연한 봄의 날씨가 느껴지는 요즘, 많은 분이 야외활동을 준비 중일 거에요. 서울에 계신 분이라면 단연 '한강'을 비롯해서 나날이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지는 '성수동', 벚꽃이 흩날리는 '연남동'을 먼저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곳을 소개해 보려 해요. 잊고 있던 '서울에서 가장 서울다운 곳', 바로 <종로>입니다. 서울의 중심 광화문 사거리를 시작으로 보신각을 지나 흥인지문까지 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이죠. 한때, 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청계천 이남의 '을지로'는 SNS와 매스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지만, 종로는 아직 누군가에겐 미지의 곳으로 남아있습니다.
누구나 아는 곳이지만, 누구나 알진 못하는 아이러니한 곳. MoST의 두 번째 뉴스레터에서는 종로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종로 직장인 N년차' 슬로우스테디클럽 멤버들이 떠올린 종로는 어떤 모습일까요? 각자가 생각하는 종로의 모습을 떠올리며 느린 발걸음을 옮겨보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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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연가> - 이문세
종로의 출발점인 광화문. 그리고 광화문 하면 자연스럽게 이 노래가 떠오릅니다. 노래의 가사처럼 모두 흔적도 없이 변했지만, 노래의 담긴 서정만큼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죠. 종로의 수많은 장소도 그대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만약 종로에 가게 된다면 그날만큼은 이 노래와 함께 거리를 걸어보는 건 어떨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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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친구
서울 종로구 삼봉로 81 두산위브파빌리온 104호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이곳. 적어도 4개 이상의 폰트로 뒤덮인 간판을 보니 디자인과 거리는 어느 정도 멀어 보입니다. 하지만, 적힌 문구만큼은 진심. '珈琲親久(가배친구)'라 알아보기 힘든 붓글씨 아래에는 'Passion of Cafe', 'Coffee Maestro' 같이 웬만한 자신감 없이는 내세우기 어려운 문구들이 나열되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생긴 의심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눈 녹듯 사라집니다. 찬장을 빼곡히 채운 커피 원두와 이들이 한데 섞여 만든 향기, 백발의 노신사가 내린 정갈한 커피는 이곳이 적어도 겉멋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이제는 흔하디흔한 전기포트도 아닌 가스 불의 향은 괜한 향수까지 불러일으키죠. 첫 방문이라면 그달의 추천 메뉴를 권해드립니다. 매일 아침 직접 로스팅한 원두도 판매하니 입문자, 전문가 가릴 것 없이 마음에 쏙 들어올 장소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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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용백 돼지국밥 VS 영춘옥
서울 종로구 인사동3길 20 /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5가길 13
"제발 한국인이라면 국밥좀먹읍시다."(줄여서 제한국) 방금 만들어낸 말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한국인의 국밥 사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죠. 종로 역시 수많은 국밥집이 포진해 있습니다. 대한민국 현존 최고(最古)의 식당 '이문 설렁탕'이 종로 국밥의 대표 격이지만, 이번에는 조금은 색다른 곳으로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는 서울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통 돼지국밥'! 아니, 서울 그것도 종로에서 추천하는 곳이 돼지국밥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엄용백' 하나만 기억해주세요. 진심을 다해 전합니다. (엄복동 아님 주의) 이름 석 자를 당당히 내걸고 부산을 평정한 후, 서울에 도전장을 내민 이곳. 국밥은 노포라는 편견을 깨부순 이곳. 뽀얀 국물에 부드러운 항정수육과 김치, 깍두기, 파김치가 춤추며 혀를 감싸는 바로 이곳! 이곳에서 소주를 안 시키면 중범죄로 잡혀간다는 사실 또한 알려드립니다.
두 번째는 알만한 사람들은 아는 종로 3가의 강자 '영춘옥'입니다. 때는 지난 네이더스 PT 준비로 바빴던 1월 말. 야근을 마친 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칼바람을 맞아가며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꽉 찬 테이블은 이곳이 얼마나 맛집인가를 알려주었죠. 얼마 지나지 않아 내어진 파가 가득한 뚝배기. 국물을 한입 머금자마자 하루의 피로함은 그대로 노곤함으로 바뀌었습니다. 깔끔한 국물과 뭉텅뭉텅 썰린 부드러운 고기까지. 한 그릇을 비우고 두 번째 그릇을 시키는 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입에 침이 고이네요. 과연 여러분이라면 돼지국밥과 소곰탕, 둘 중에 어떤 음식을 선택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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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동안도
종각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15길 6 2층
낙원 /서울 종로구 수표로 134 2층
박완규의 '천년의 사랑' 가사를 연상케 하는 이곳. 실제로 '천 년 동안 음악이 흘러나오는 섬'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재즈 클럽입니다. 이름에 걸맞게 지난 1996년 대학로에서 처음 문을 연 후, 하루도 빠짐없이 공연이 이어져 온 곳이죠. 30년에 가까운 시간만큼이나 국내외 수많은 음악가 이곳을 거쳤습니다. 최근에는 '놀면 뭐 하니'에서 유재석 님이 공연을 펼치면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기도 했죠.
공연은 평일 1회, 주말 2회로 나눠서 진행되며 시간도 상이하니 웬만해선 예약하고 방문하길 권해드립니다. 시그니처 메뉴는 직접 만든 토마토소스를 이용해 만든 페퍼로니 피자. 뭐 딱히 특별한 맛은 아니지만, 분위기만큼은 진국이니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 하기엔 최적의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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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주막
서울 종로구 돈화문로5가길 31-1
무르익은 분위기를 알콜로 그대로 이어가고 싶다면 이곳을 추천 드립니다. 이름만 보면 신촌에 있을 것만 같지만, 희끗해진 간판은 이곳이 얼마나 오랫동안 자리를 지켰는지를 알려주죠. 온통 나무로 이뤄진 내부와 전구색 불빛이 내뿜는 분위기는 맨정신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그대로 꺾어줍니다. '주막'을 내건 이름답게 대표 메뉴는 모둠전. 빈대떡, 김치전, 산적, 두부전, 애호박전, 동그랑땡, 명태전, 운이 좋다면 굴전까지, 명절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홍어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면 별미 홍어 무침도 추가해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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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레코드
서울 종로구 종로 154
이제는 '레코드숍' 하면 자연스럽게 이태원이나 홍대 상권을 떠올리지만, 이전에는 음반 역시 종로였답니다.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자면 1976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서울레코드'를 소개하고 싶어요. 붉은 간판 위로 정직하게 적힌 명조체는 레트로를 표방하는 요즘의 곳들과는 차원이 다른 분위기를 전해주죠.
그렇다고 옛 노래만 다루지 않습니다. 이제는 클래식이라 불리는 명반부터 최신곡까지, 방문하는 연령대도 10대부터 50-60대까지 다양하죠. 이곳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는 입구에 부착된 자그마한 우편함. 자신이 듣고 싶은 신청곡과 사연을 담아 보내면 자정이 될 때까지 셔터가 내려간 입구에서 음악과 사연이 흘러나오죠. 만약, 늦은 밤 그 언저리를 지나가 본 기억이 있다면 누군가의 사연이 담긴 노래를 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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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멘 보루도
서울 종로구 서순라길 123-8
라멘만 먹기 위해서 일본을 방문한 적이 있을 정도로 수많은 국내외 라멘을 먹어보았지만, 첫 만남에 이마를 치게 만든 곳은 오랜만이었습니다. 그 주인공은 오픈 1년이 채 되지 않은 '라멘 보루도'! 느슨해진 라멘 씬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맛이었죠. 이곳의 시그니처는 '톤코츠 라멘'. 대부분의 라멘집이 생존을 위해 한국인을 위한 맛으로 변형을 가했다면, 이곳은 정론직필의 마음을 담은 아주 아주 녹진한 라멘을 선보입니다. 느끼하다고요? 그런 분들을 위해 깔끔한 아사히 생맥주까지 준비되어 있답니다.
조금은 다른 라멘을 먹어보고 싶다면 '아부라 소바'를 추천 드립니다. 잘게 다져진 고기, 양파, 파, 멘마와 기름진 소스로 비벼진 면까지 환상의 하모니를 자아냅니다. 약간의 산뜻함을 원한다면 고수를, 많은 감칠맛을 원한다면 보루도 특제 식초를 추가해 보세요. 마무리 입가심으로 밥 반 공기까지 뚝딱 비벼 먹으면 완벽한 한 끼가 완성되죠. 유일한 단점은 엄청난 포만감에 몰려오는 식곤증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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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궐담장길
서울 종로구 와룡동 율곡터널
종로에서 넓은 하늘을 보며 여유롭게 걷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 떠올리는 청계천은 길옆으로 고층빌딩이 빽빽이 들어서 있죠. 하지만,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으니, 바로 '궁궐담장길'입니다. 100여 년 전, 이어져 있던 창덕궁과 종묘를 끊기 위해 도로 확장이라는 미명하에 일제가 뚫은 율곡 터널 위로 새롭게 만든 길이죠. 삭막한 터널 위로는 참나무와 소나무, 국수나무, 진달래 등 우리나라의 고유 수종이 심어져 녹지를 이뤘습니다. 바쁜 일정 탓에 자주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의 여유가 필요할 때 한 번씩 찾는 그런 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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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무시네마
서울 종로구 경희궁1가길 7
사실 정확히 종로는 아니지만, 사심을 담아서 번외로 추천하고픈 이곳. (그만큼 좋으시다는 거지) 커져만 가는 OTT 시장에 죽을 못 쑤는 영화관 업계지만, '에무 시네마'만큼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주로 멀티 플렉스의 선택을 받지 못한 영화부터 아직도 회자되는 명작들을 그들만의 시선으로 선별하여 선보입니다. 때론 영화와 어울리는 음료를 페어링하기도 하고, 특별한 포스터를 선물하기도 하죠. 날이 따뜻해지면 루프탑에서 열리는 '별빛영화제'도 봄을 재촉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와서 걷는 경희궁까지 이어진 길은 영화를 복기하기 안성맞춤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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